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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의용소방대, 자장면, 기부활동… 43년 봉사인생 남해 김윤상 씨

세상은 분명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졌는데도 불행을 호소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현재 가진 것이 적지 않은 이조차 어떡하면 더 가질 수 있을까 전전긍긍한다.

여기, 자신이 가진 작은 재능으로 평생 나누며 살아 더없이 행복하다는 마음 부자가 있다.

남해군 창선면 영미식당 김윤상 대표를 찾았다.

글 박정희 사진 김정민

 


 

가난한 집 맏이 노릇위해 상경,

자장면 기술 익히다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형 둘이 있었으나 일찍 세상을 등지면서, 사실상 제가 4남 1녀의 맏이 노릇을 해야 했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농사조차 짓지 못한 집에는 돈이 너무 없었죠.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하고 돈 벌러 무작정 상경했답니다.”

 

가난에 한이 맺힌 소년은 숙식이 해결되는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며, 화교 스승으로부터 수타 자장면 기술을 익혔다. 10년 넘게 객지 생활하면서 소년은 어느덧 반듯한 청년이 됐다. 고향에서 본격적인 기반을 닦을 결심을 한 청년은 남해행 표를 끊었다.

 

1981년부터 봉사 시작…

자장면 봉사만 150여 회

 

창선면 고향 집으로 내려와 기반을 닦을 시기, 그는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하루 3가지의 일을 했다. 새벽 2시 반부터 5시까지 양조장 막걸리 배달을 했고, 5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신문배달, 6시 반부터 시장 봐서 식당을 했다. 부지런함이 몸에 뱄다. 자식 3명 키우며 부모님 모시던 시기, 그는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렸다.

 

“1981년인가, 제 가게를 차리면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살아서 작지만 내 집 내 가게는 마련했으니, 이젠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먼저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했습니다. 20여 년 간 지역사회를 위해 뛰어다니며 의용소방대장까지 했어요. 이후엔 우연히 접한 전남 보성 봉갑사를 시작으로 자장면 봉사를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21년째 150여 회 정도 되네요. 1회당 작게는 100그릇, 많게는 700그릇까지 내지요.”

 

자장면 봉사 날짜는 외부에서 요청하는 대로 정하기 때문에 그날은 장사를 접는다(과거엔 중국집, 지금은 계절 메뉴 식당을 한다). 새벽 1~2시쯤 일어나 재료를 준비해서, 5시 반 경 출발해 봉사 장소에 오전 9시까지 닿는다. 현장에서 면을 뽑아 삶고, 자장을 볶는다. 따뜻한 자장면 한 그릇에 사찰 스님과 신도, 사회복지시설 어르신이 행복감에 젖는다.

 

그 맛에 봉사를 한다고 했다. 43년째 김 대표와 봉사 길에 동행하는 아내 강시선 씨도 봉사하는 게 그저 재밌고, 행복하단다. 부창부수, 둘 다 자장면 재료비 계산조차 해본 적이 없다. 원래 가족봉사단을 꿈꿨던 때문인지, 아내 동행은 필수요, 가끔 아들도 동참한다.

 


 

“봉사 인생 50년 채우고파”

 

그에게는 아내 말고도 또 다른 ‘봉사 동지’가 있다. 남해읍 생생반점 신충옥 대표(원사진 오른쪽)다.

신 대표 또한 가난했으나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가정도 꾸렸다.  

 

어느 날 자녀 학교 급식 봉사를 갔다가 굶는 아이가 있다는 말에 자장면을 만들어주면서 봉사의 길에 접어들었다. 둘은 한국외식업중앙회 경남지회 남해군지부 일을 같이 하면서 형·동생 사이가 됐다. 김 대표가 지부장, 신 대표가 부지부장을 맡아 따로 봉사하기도 하고, 함께 하기도 한다.

 

김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처음엔 아무도 모르게 봉사했는데, 본의 아니게 여기저기 알려져 쑥스럽고, 더 겸손해집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부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자장면도 힘닿는 한 만들고 싶고요. 저 제면기 무게가 45kg 정도 되거든요. 저걸 들 수 있는 날까지는 자장면 만들려고요. 43년 봉사 인생, 50년은 채우고 싶네요. 제가 70세를 바라보지만요, 술 담배 안 하고, 혈압·당뇨도 없고, 하루 3만보 이상 걸으니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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